근시안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개 "눈이 나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십니다. 검사에서 받은 숫자도 그렇게 읽으십니다. 숫자가 크면 많이 나쁘고 작으면 조금 나쁘다는 식으로요.
그런데 그 숫자는 눈이 얼마나 나쁜지를 매긴 등급이 아닙니다. 내 눈의 초점이 어디쯤에 맺히는지를 알려 주는 값이고, 그래서 센티미터로 바꿔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바꿔 놓고 나면 왜 어떤 일은 편하고 어떤 일은 불편한지가 설명됩니다. 이 글에서는 그 숫자를 거리로 바꿔 읽는 법을 보겠습니다.
도수는 '얼마나 나쁜가'가 아닙니다

빛이 각막과 수정체를 지나 망막에 맺혀야 상이 선명합니다. 근시에서는 그 지점이 망막에 닿기 전에 만들어집니다. 눈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거나, 빛을 꺾는 힘이 상대적으로 강할 때 그렇게 됩니다.
여기서 도수는 그 어긋난 정도를 되돌리는 데 필요한 힘을 나타내는 값이고, 근시에서는 앞에 빼기 부호가 붙습니다. 단위는 디옵터입니다.
이 값과 자주 헷갈리는 것이 시력입니다. 시력은 정해진 거리에서 얼마나 작은 글자까지 읽어 내는지를 재 본 결과이고, 도수는 내 눈이 빛을 얼마나 꺾는지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둘은 대체로 같이 움직이지만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습니다. 도수가 같아도 시력은 서로 다르게 나올 수 있고, 그렇게 어긋나 있다는 것 자체가 한번 살펴볼 일이 됩니다.
그래서 "도수가 몇이냐"와 "잘 보이냐"는 다른 물음입니다. 앞엣것은 숫자만 있으면 답이 되지만, 뒤엣것은 그 숫자에 어떻게 지내시는지가 더해져야 답이 나옵니다.
검사 결과지에 숫자가 여러 줄 적혀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눈이 빛을 얼마나 꺾는지, 안경을 씌웠을 때 얼마나 보이는지, 맨눈으로는 얼마나 보이는지가 각각 다른 것을 알려 줍니다. 한 줄만 보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숫자를 거리로 바꿔 보면 생활이 보입니다

근시인 눈에는 힘을 주지 않고도 또렷하게 보이는 가장 먼 거리가 있습니다. 그보다 멀어지면 흐려지고, 그보다 가까운 것은 눈에 힘을 줘서 맞출 수 있습니다. 이렇게 눈이 스스로 초점을 당기는 힘을 조절이라고 합니다.
이 거리는 도수에서 바로 나옵니다. 1미터를 도수 숫자로 나누면 대략 그 거리입니다. −1.00디옵터면 약 1미터, −2.00이면 약 50센티미터, −3.00이면 약 33센티미터, −5.00이면 약 20센티미터입니다.
이 숫자를 평소 거리와 나란히 놓아 보십시오. 책이나 휴대전화는 대개 30센티미터 안팎, 모니터는 50~70센티미터, 밥상 건너편 사람 얼굴은 1미터 남짓, 강의실 칠판이나 도로 표지판은 그보다 훨씬 멉니다.
그러면 왜 어떤 일은 안경 없이도 편한지가 설명됩니다. −3.00쯤이면 책 읽는 거리는 안경을 벗어도 초점이 맞는 자리 안에 들어 있습니다. 반대로 −5.00쯤이면 그 자리가 20센티미터까지 당겨져 있어서, 책을 볼 때도 얼굴을 바짝 갖다 대게 됩니다.
이 계산은 점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위치를 짚어 보는 것입니다. 숫자가 크다는 것은 잘 보이는 구간이 없어졌다는 뜻이 아니라, 그 구간이 얼굴 쪽으로 바짝 당겨져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같은 근시라도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겪는 불편이 전혀 다릅니다.
똑같이 −4.00이어도 하루 종일 손에 든 화면을 보는 분과 운전을 오래 하는 분은 전혀 다른 말씀을 하십니다. 앞의 분은 안경을 벗는 게 편하다 하시고, 뒤의 분은 잠깐도 못 벗는다 하십니다. 두 분 눈은 같은 상태입니다. 다른 것은 하루를 어느 거리에서 보내느냐뿐입니다.
그러니 도수를 들으셨을 때 이어서 물으실 말은 "많이 나쁜 편인가요"가 아닙니다. "이 정도면 제 생활에서 어느 거리가 불편해지나요"라고 물으십시오. 앞엣말에는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설명이 돌아오고, 뒤엣말에는 내 하루에 대한 답이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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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숫자와 체감은 자주 어긋납니다

위 계산은 눈이 단순한 돋보기 하나라고 쳤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실제로는 어긋나는 경우가 흔한데,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난시가 같이 있으면 또렷한 자리가 한 군데로 모이지 않습니다. 방향마다 초점이 다른 데 맺혀서, "여기서는 잘 보인다"는 구간 자체가 흐릿하게 퍼져 버립니다.
눈에 힘이 들어가 있으면 값이 흔들립니다. 가까운 것을 오래 본 뒤에는 그 힘이 풀리는 데 시간이 걸려서, 그 상태로 재면 실제보다 도수가 크게 나올 수 있습니다.
주위가 밝은지 어두운지도 영향을 줍니다. 어두우면 동공이 커지면서 흐릿함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저녁이나 밤에 유독 불편하다고 하시는 경우가 여기 해당합니다.
눈물막이 고르지 않으면 눈 표면에서부터 상이 번집니다. 도수와 상관없이 흐려지고, 눈을 몇 번 깜빡이면 잠깐 나아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한쪽씩 가려 보면 원인이 좁혀지기도 합니다. 두 눈으로 볼 때는 한쪽이 다른 쪽을 메워 줘서 차이가 잘 안 드러납니다. 번갈아 가려 봤을 때 오른쪽과 왼쪽이 많이 다르면 그것 자체가 병원에서 전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저희가 진단장비 안내에 목적이 다른 장비를 여럿 두고 있는 것도 확인할 항목이 그만큼 여럿이기 때문입니다. 도수 하나로 설명이 안 되는 흐림이 있을 때, 위의 넷 중 무엇 때문인지는 검사를 나눠 해 봐야 갈립니다.
내 거리를 적어 보는 방법
상담 가시기 전에 아래 네 가지를 적어 두시면 설명을 훨씬 구체적으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첫째, 안경과 렌즈를 다 벗고, 글자가 또렷하게 보이는 가장 먼 거리를 재 보십시오. 줄자가 없으면 팔 길이로 어림잡아 적으셔도 됩니다. 이 값이 앞의 계산과 얼마나 맞는지가 첫 실마리입니다.
둘째, 하루 중 가장 오래 보는 거리를 적어 보십시오. 모니터인지, 손에 든 화면인지, 운전할 때 앞 유리 너머인지에 따라 필요한 교정이 달라집니다.
셋째, 하루 중 언제 가장 불편한지 적어 보십시오. 아침보다 저녁이 심한지, 어떤 조명 아래서 유독 그런지가 앞에서 본 네 가지 중 어느 쪽인지를 좁혀 줍니다.
넷째, 최근 도수 기록이 있으면 잰 날짜까지 적어 두십시오. 지금 숫자 하나보다 언제부터 얼마나 달라졌는지가 훨씬 많은 것을 알려 줍니다.
넷을 다 적기 번거로우시면 첫째와 둘째만이라도 적어 가십시오. 첫째는 지금 내 초점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 주고, 둘째는 그 자리가 내 생활과 맞는지 알려 줍니다. 이 둘이 벌어져 있는 만큼이 지금 느끼시는 불편입니다.
검사 전에는 렌즈 착용을 중단해야 하며, 중단 기간은 렌즈 종류와 눈 상태에 따라 다르므로 예약할 때 확인하십시오. 렌즈를 끼고 지낸 각막은 평소 모양과 다르게 측정돼서, 도수 값까지 같이 흔들립니다. 검사와 수술 모두 사전예약제로 안내되며, 진행 여부는 검사 결과와 상담을 거쳐 정해집니다.
근시 도수를 두고 자주 나오는 질문
도수가 크면 눈 건강도 나쁜 건가요?
도수는 초점이 어디 맺히는지를 나타내는 값이고, 눈 안쪽이 어떤지는 따로 봅니다. 다만 도수가 높은 눈은 같이 살펴볼 것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계산한 거리와 실제로 보이는 거리가 다릅니다.
흔한 일입니다. 난시 때문인지, 눈에 힘이 들어가서인지, 밝기 때문인지, 눈물막 때문인지에 따라 다르고, 그 구분은 검사를 해 봐야 나옵니다.
양쪽 눈의 도수가 다른데 괜찮은가요?
양쪽이 다른 경우는 흔합니다. 다만 차이가 크면 어떻게 맞출지를 따로 판단해야 하니, 그 자리에서 같이 물어보십시오.
도수가 계속 올라가는데 멈추나요?
얼마나 어느 시기까지 변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지금 숫자 하나보다 기록을 죽 이어서 보는 것이 판단의 근거가 되니, 잰 날짜까지 같이 남겨 두십시오.
안경 도수를 일부러 낮춰 쓰면 눈이 좋아지나요?
도수를 낮춰 쓰면 또렷하게 보이는 구간이 얼굴 쪽으로 당겨진 채로 지내게 됩니다. 그게 편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눈이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시력 1.0이면 도수가 0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눈에 힘을 줘서 메우고 있는 경우가 있어서, 시력이 잘 나와도 도수는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의 도수도 같은 방식으로 읽으면 되나요?
기본은 같은데, 아이는 눈에 힘을 주는 능력이 커서 값이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떻게 언제 확인할지는 진료에서 정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렌즈 도수와 안경 도수가 왜 다른가요?
안경알은 눈에서 떨어져 있고 렌즈는 눈에 붙어 있어서, 같은 눈이라도 필요한 도수가 조금 달라집니다. 두 숫자를 그대로 견주지 마시고 각각 따로 기록해 두십시오.
도수를 알면 교정 방법도 정해지나요?
정해지지 않습니다. 도수는 봐야 할 것 중 하나일 뿐이고, 어떤 방법이 가능한지는 각막의 두께와 모양, 눈 안쪽 상태까지 같이 본 다음에 정해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안내이며 개인의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도수를 거리로 바꿔 적어 두시면, 상담에서 "잘 안 보여요" 대신 "이 거리가 불편해요"라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