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라는 말을 들으면 대개는 근시의 반대를 떠올립니다. 근시가 먼 곳이 안 보이는 것이니, 원시는 먼 곳이 잘 보이는 눈이라고요.

그런데 이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원시는 초점이 망막보다 뒤에 맺히는 상태이고, 그 자체로는 먼 곳도 가까운 곳도 선명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먼 곳이 잘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저녁 무렵 스탠드 불빛 아래 덮어 둔 책과 어두운 창밖

조절이 메우고 있습니다

눈에는 초점을 당겨 오는 기능이 있습니다. 수정체의 두께를 바꿔 가까운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고, 이것을 조절이라고 부릅니다.

원시가 있는 눈은 가만히 있어도 초점이 뒤에 맺히므로, 선명하게 보려면 이 조절을 써야 합니다. 근시인 사람이 먼 곳을 볼 때 조절을 쓰지 않는 것과 대비됩니다. 원시인 사람은 먼 곳을 볼 때도 조절을 조금 쓰고, 가까운 곳을 볼 때는 더 많이 씁니다.

조절할 힘이 넉넉한 시기에는 이 과정이 자동으로 일어나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시력이 좋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다만 그것은 눈이 계속 일하고 있어서 나온 결과입니다.

이 구조를 알면 원시가 왜 헷갈리는 상태인지 이해됩니다. 시력표의 결과는 눈이 얼마나 잘 보이는가를 재지만, 그 결과를 내기 위해 얼마나 힘을 쓰고 있는가는 재지 않습니다. 같은 1.0이라도 힘을 쓰지 않고 나온 값과 계속 당겨 놓은 상태로 나온 값은 생활에서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원시에서는 결과보다 과정을 확인하는 검사가 의미를 갖습니다. 시력이 잘 나오는데도 눈이 힘들다는 말이 모순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나타나는 증상

초점이 뒤에 맺히려는 상태를 조절이 앞으로 당기는 관계를 수평선 위의 점과 화살표로 나타낸 도해

원시의 증상이 흐림이 아니라 피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이 구조 때문입니다.

책이나 화면을 오래 보면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관자놀이나 이마 쪽이 무겁거나 두통이 오기도 합니다. 오후로 갈수록 심해지고, 쉬면 나아집니다. 시력표에서는 잘 읽히는데 생활에서는 힘든 상태가 됩니다.

아이의 경우에는 책 읽기를 싫어하거나 집중을 못 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가까운 것을 볼 때 더 많은 조절이 필요하므로, 근거리 작업에서 먼저 드러납니다.

증상의 모양에도 특징이 있습니다. 흐림이 아니라 "오래 못 하겠다"로 나타납니다. 처음 몇 분은 잘 읽다가 점점 눈을 비비거나 자세가 무너지고, 결국 다른 일을 하러 갑니다. 이것이 집중력 문제로 오해되는 지점입니다.

어른의 경우에도 비슷합니다. 서류를 오래 붙들지 못하거나, 저녁이면 화면을 보기 싫어지거나, 주말에 쉬고 나면 괜찮아지는 패턴. 일의 양이 아니라 눈을 쓴 시간에 비례해 나타난다면 이 갈래를 한 번 확인해 볼 이유가 됩니다.

나이가 들면 가려져 있던 것이 드러납니다

조절할 힘은 나이가 들며 줄어듭니다. 그러면 그동안 메워 오던 몫이 남게 되고, 원시가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이때 특유의 경험이 생깁니다. 평생 시력이 좋다고 여겨 온 사람이 어느 시점부터 가까운 것이 급격히 불편해지고, 이어서 먼 곳도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낍니다. 노안이 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원시가 드러난 것이거나 둘이 겹친 것입니다.

근시인 사람은 노안이 와도 안경을 벗으면 가까운 것이 보이지만, 원시인 사람에게는 그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같은 시기에 겪는 불편의 크기가 다릅니다.

체감의 순서도 다릅니다. 근시가 있던 분은 가까운 것부터 서서히 어려워지지만, 원시가 있던 분은 가까운 것이 갑자기 어려워지고 이어서 먼 곳까지 흔들립니다. 메워 오던 몫이 한꺼번에 남기 때문입니다. "작년까지는 멀쩡했는데 올해 갑자기"라는 표현이 이쪽에서 자주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평생 안경을 써 본 적이 없다는 조건이 여기에 더해집니다. 처음 안경을 맞추는 일 자체가 낯설고, 도수에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이 시기에 상담을 받으신다면 그 사정을 함께 말씀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교정의 방향도 반대입니다

근시 교정은 초점을 뒤로 옮기는 일이고, 원시 교정은 앞으로 당겨 오는 일입니다. 안경 렌즈의 형태부터 반대이고, 각막을 다듬는 방식에서도 깎는 위치와 패턴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라식은 근시 수술"이라는 인식과 달리, 원시도 교정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각막을 다듬는 방식은 교정할 방향에 따라 다루는 부위가 달라지므로 가능 여부와 범위가 근시와 같지 않습니다. 검사에서 각막의 모양과 두께, 그리고 조절 상태를 함께 확인해 판단합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젊을 때는 조절이 원시를 메우고 있어 검사에서도 실제 도수가 가려질 수 있습니다. 눈이 스스로 당겨 놓은 만큼이 값에서 빠져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시에서는 한 번 잰 값을 그대로 쓰지 않는 경우가 있고, 그때는 절차가 하나 더 붙습니다. 소요 시간과 준비가 달라지므로 예약할 때 확인하십시오.

아이의 원시는 다르게 봅니다

시력표는 잘 읽히지만 오래 보면 아프고 저녁에 흐려지며 집중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는 것과 실제 상태 2열로 대조한 도해

성장기의 눈은 원래 원시 쪽에서 출발해 자라면서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원시가 있다는 것 자체가 곧 문제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확인하는 것은 정도와 균형입니다. 정도가 크면 가까운 것을 볼 때 조절 부담이 커져 학습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양쪽 눈의 차이가 크면 뇌가 한쪽을 덜 쓰게 되어 시력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경우 "지금 잘 보이는가"보다 "발달 과정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봅니다. 같은 값이라도 나이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어린이집·학교 선별검사에서 재검 안내를 받았다면 그냥 넘기지 마시고 확인하십시오.

상담에서 확인할 것

"제 원시가 어느 정도이고, 조절이 얼마나 메우고 있나요." 이 질문이 이 주제의 핵심입니다. 지금 시력표 결과보다 이 구조를 아는 것이 앞으로를 예상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지금 교정하면 무엇이 편해지나요." 흐림보다 피로가 주된 불편이라면 기대할 변화도 그쪽입니다.

"나이가 들면 어떻게 달라지나요." 조절이 줄어드는 시점에 무엇을 예상해야 하는지 들어 두시면 대비가 됩니다.

"지금 값과 실제 값이 다를 수 있나요." 젊은 분이라면 이 질문이 특히 유효합니다. 조절이 가리고 있는 몫이 있는지, 그것을 확인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들어 두십시오.

상담에 가실 때는 불편의 모양을 그대로 옮겨 가십시오. "잘 안 보인다"보다 "삼십 분쯤 읽으면 이마가 무겁다", "오후가 되면 화면 보기가 싫어진다"가 훨씬 많은 것을 전합니다. 원시는 흐림이 아니라 이런 표현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사 전에

검사 전에는 렌즈 착용을 중단해야 하며, 중단 기간은 렌즈 종류와 눈 상태에 따라 다르므로 예약할 때 확인하십시오.

과거 안경 처방 기록이 있다면 날짜와 함께 전부 준비하십시오. 원시는 도수의 변화 양상이 근시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지난 값이 있으면 지금 값을 읽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안경을 쓰면 눈이 나빠지나요

원시에서 특히 자주 나오는 걱정입니다. 교정을 시작하면 조절 능력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교정은 조절이 메우던 몫을 안경이 대신 떠맡는 것입니다. 그 결과 눈이 덜 일하게 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능력을 잃는 과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계속 무리하게 조절하며 지내는 쪽이 피로와 두통으로 이어집니다.

판단은 지금 겪는 불편의 크기조절 부담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놓고 합니다. 상담에서 이 두 가지를 이야기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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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를 알아볼 때 나오는 질문

원시면 멀리는 잘 보이는 것 아닌가요?

초점이 망막보다 뒤에 맺히는 상태이며, 조절이 그것을 메워 잘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시력이 좋다고 나왔는데 눈이 피곤합니다.

조절을 계속 쓰고 있어 나타나는 양상일 수 있습니다. 시력표 결과와 별개로 확인해 보십시오.

노안이 온 건가요 원시가 드러난 건가요?

두 가지가 겹치는 시기가 있습니다. 검사에서 구분하며, 어느 쪽인지에 따라 교정 계획이 달라집니다.

원시도 시력교정수술이 되나요?

교정 방향이 근시와 반대라 다루는 부위와 범위가 다릅니다. 각막 상태와 조절 상태를 확인해 판단합니다.

아이가 원시라는데 안경을 꼭 써야 하나요?

원인과 정도에 따라 다릅니다. 가까운 것을 볼 때 부담이 커지므로 학습에 영향을 주는지도 함께 확인하십시오.

이 글은 일반적인 안내이며 개인의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원시는 값 자체보다 그 값을 감당하는 데 힘을 얼마나 쓰고 있는가가 체감을 정하므로, 불편의 모양을 그대로 전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